[퍼옴] 창업 두번째 이야기(1) - 월급쟁이에서 사업가로 변신한 1년…

Hobby/Board Games 2004.03.31 12:50

2004/01/14 10:42:02



월급쟁이의 꿈

모든 봉급자는 자신만의 사업을 생각해 본다. 봉급자라는 표현이 싫으면 직장인, 근로자 아니면 종업원이라 해도 된다. 어찌되었건, 어느 한 사업(Business Entity)에서 거두어 들이는 매출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자기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단지, 돈을 더 벌고자 함이 아니고, 매출에 대한 가장 많은 책임과 권한을 가져보고 싶은 것이다. 왜냐하면, 종업원은 결국 재무제표에서 비용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비용으로 나타나는 자에게는 슬픈 현실이 있다.  제품개발에  대한 열정, 고객에 대한 사랑, 기업에 대한 충성 등, 다양한 가치로 자신을 채찍질하며 무장할 수 있지만, 월급의 높고 낮음에 웃고 울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상체계가 아무리 발달해도 봉급자는 괴리를 만나게 된다. 때로는 일한 것보다 많이 받고, 때로는 일한 것보다 적게 받는다. 이 괴리의 시정은 생각보다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인간인지라 결국 일한 것보다 많이 받을때 행복해 한다. 이러한 ‘공짜심리’를 초월한 사람은 없다. 이러한 상황속에 자신을 오래도록 방치하다 보면 어느새 나태와 현상유지에 만족하는 자신을 만나게 된다. 점점, 마음이 굳어져 가고, 월급날만 기분이 좋다. 하루 하루가 다르고 새롭고 도전적인 젊은 생각을 하고 싶어서 봉급자는 다른 메트릭스를 꿈꾸게 되는 것이다. 열정, 사랑, 충성으로 일하되 그 결과가 매일 매일 즉각적으로 자신에게 반영되는 메트릭스.

그렇다면 사업하는 사람의 보상체계는 누가 작성하는가? 그것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시장'이다. 사업에 매력을 느낀다면 그것은 직장상사 내지는 인사부장보다, '시장'이 더 공평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인정을 받아도 제대로 받고, 책임을 져도 제대로 진다. 한 순간도 핑계는 없고 도망칠 구멍이 없다. 대신, 하루 하루가 다르고 새롭고 도전이 된다.

국내 대기업과 미국 대기업에서 각각 1년, 2년째 근무하던 친구와 나는, 2002년 2월에 사업을 하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직장을 유지하면서 사업을 병행하는 쪽은 생각을 않기로 했다. 직장인이 되면 알겠지만, 일단 직장에 '묶이면' 자유롭고 편안한 구상을 할 수 없다라고 직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퇴직 날짜를 8월 15일(광복절)로 정하고, 그 해 9월에 사업에 뛰어 들었다. 많은 대화와 기획끝에 잡은 것이 보드게임카페였다.


사업의 경제학

모든 사업은 두가지를 기초로 하고 있다. 자금과 영업이 그것이다. 자금은 어디서 얼마에 구해, 어떻게 사용하고, 영업은 누구에게 어디서 어떻게 하는가라는 것이다. 아쉽게도 우리가 시작할 단계에서 우리는 자금쪽에 관심을 많이 두지 않았고, 당시 각자의 돈을 모은 4천만원을 우리의 한계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뒤 조사한 결과 그것이 현실이었다. 우리나라의 은행은 기본적으로 담보대출을 한다. 기발한 아이디어에 대출해 주는 은행은 없다. 정부의 정책자금으로 구성된 여러 다른 상품도 최소한의 자본금을 조건으로 가지고 있으며, 99% 기술에 의존한 제품생산에 대한 융통이지, 길거리 장사를 위한 것이 아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차차 이야기를 더 하겠지만, 나의 생각이 변하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자금시장은 까다롭고 넘어서기 어려운 벽처럼 보이지만, 시장 어딘가에는 반듯이 현명한 자본가가 있고, 그를 설득할 수 있다면 자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바닥에서 10개월을 지내고 나니, 주위의 여럿 케이스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곧 이 부분에 대해서, 실제로 어디에 누가 있고 그가 요구하는 수익율이 이정도라고 구체적으로 독자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하여간, 우리의 첫 자금은 나의 파트너 형에게서 왔다. S대 의대를 나와 전문의 시험을 통과한 그는 상호신용금고에서 7천만원을 쉽게 대출받을 수 있었다. 놀랍지 않은가?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은 전문직 종사자들을 깊이 신뢰하고 있었다. 형은 7천만원을 연리 14%에 우리에게 고스란히 넘겨주었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행운이었다. 또 재미있는 일인데, 강사장이 회사에 적이 있을때 만든 신용대출 통장이 살아있어서 3천만원 은행돈을 사용할 수 있었다. 시중은행의 신용감시상태가 좀 약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지만, 우리에게 역시나 행운. 나머지는 부모님과 우리의 돈으로 메꾸었다. 총자본 1억 7천만원을 만들었다. 순수한 자기자본은 4천만원이었으니, 시작부터 부채비율이400%였던 것이다.

우리 가게는 강남역에 위치하고  있다. 처음에는 상권분석이 먼저냐(기존 상권을 분석해서  경쟁이 약한 아이템을 고루는 순서), 아니면 아이템분석이 먼저냐(좋은 아이템을 선정하고 가장 적합한 상권을 찾아보는 순서), 여러모로 토론해 봤지만 결론은  간단하게 나왔다. 집에서 가까운 곳이 아니면 하기 싫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감정적이고 이기적이었지만, 모든 탁상공론을 끝내기에 충분했다.

12월 중순, 초보자인 우리에게 괜한 긴박감을 조성하는데 성공한 부동산중개인은 일주일 뒤에 물건이 없어질 것이라며 압박해 왔다. 보드게임카페를 프랜차이즈로 할 것인지 독자적으로 할 것인지 고민중이었는데 , 부동산마저 초읽기에 들어가니 밤샘 회의가 나날이 이어졌다. 결국, 보증금 7천만원 월세 320만원의 부동산 계약을 체결하고  가맹비와  인테리어를  포함한 프랜차이즈  대금 1억을 계약하며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이렇듯, 친구 형의 신용을 걸고 어쩌면 끝없는 나락으로 빠져들수도 있었던 결정들이 순식간에 일어 났다. 회사에서 3년 근무하면 모을수 있는 돈이 3천만원이다. 1억을 날리면 최소 10년은 빚갚으며 살아야 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었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사업에 있어서 의사결정은  대기업의 직원이 하는 그것과는 너무도 다르다. 회사직원이 투자결정을 내릴때 그는 실패에 대해 거의 책임이 없다. 아마 사장은 해임될지 몰라도 리포트 작성에 참여했던 직원은 큰 무리없이 월급을 계속해서 받을 수 있다. 우리 둘은, 이제 사장의 책임과 권한을 갖게 되었고, 그 결과에 대해서 100% 책임을 져야 했다.





첫번째 사업의 성적표


2003년 1월 31일 개업한지 10개월 반이 지난 지금 10개월의 성적을 공개한다. '손이 많이 간' 손익계산서를 보여주는 것보다, 체감되는 말로 풀어보자. 총매출은 1억 6천 189만원, 총비용은 9천 573만원, 남은 돈은 6천 606만원이다. 이 중, 두 사장의 용돈으로 사용한 것이 각자 월 50만원. 나머지 돈 5천 606만원은 모두 부채상환으로 사용되었다.

경제지나 창업전문지에서 말하는 숫자는 믿어서는 안된다. 항상 가장 좋은 날의 매출을 보고하며 오히려 부풀린다. 여기에는 창업자의 자존심도 걸려있고, 창업중개인의 거짓말도 끼어든다. 매출과 순익은 그자체로도 흥미롭지만 숫자들 뒤에 있는 스토리는 정말 스릴있고, 현장감있다. 먼저, 부채상환한 액수가 상당한 것은 우리에게 기분 좋은 일이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우리 가게의 청산가치를 최소 1억7천만원으로 보았다. 바닥시장에는 소위 '권리금'이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그것의 산출과정은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 기업가치 산정법과는 거리가 먼 무서운 논리들이 존재한다 - 하여튼, 그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1억 7천만원 중 7천만원은 보증금의 반환에서 오는 것이고, 1억이 소위 '권리'라는 논리였다. 위의 내용을 자세히 본 사람은 알 수 있듯이 우리가 가게를 열때, 권리는 지급되지 않았다. 우리는 신축건물에 처음 입주하는 사람이었고, 건물주는 비교적 높은 월세대신 '바닥권리'라는 것을 청구하지 않았다. '바닥권리'는 전 임차인이 새로 오는 사람에게 요구하는 권리금과는 달리, 건물주가 스스로 임차인에게 요구하는 금액이다. 주로 상권의 핵심에 포진한 건물주들만 요구할 수 있는 금액인데, 보증금과 월세에 별도로 좋은 자리에서 장사할 수 있게 해주는 것에 대한 추가 요구사항이다.  강사장과 나의 '순수' 자기자본 4천만원을 제외한 총부채 1억 3천만원중 5천만원은 이미 상환된 상태에서, 나머지 8천만원을 상환하고 나면 매각대금 1억7천만원 중 9천만이 남는다는 계산이 나왔다. 실로, 꿈같은 이야기였다. 연봉 대략 3000만원 봉급자, 생활하고 남는 돈 저축하면 1년 자산 가까스스로 1500만원 남기던 우리가 10개월만에 인당 자산가치 4500만원이었다!

정연욱 / wooky39@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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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길버트 2004.03.31 12:5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기석이가 재미있어 하겠는데..

  • 미도 2004.03.31 17:4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기석이랑 나랑 창업할려도..자금이 없다니까~!!!!!
    부자 복이가 펀딩 좀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