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각기동대2: 이노센스>를 읽는 한가지 방법

Hobby/Entertainment 2004.10.05 09:57

<공각기동대>시리즈를 볼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는 바로 <블레이드 러너>이다. 둘 다 사이보그/레플리컨트를 다룬 공상과학영화와 애니메이션 중에 수작으로 꼽히며 <공각기동대>의 필름 느와르에서 발견되는 우울하고 냉소적 정서는 <블레이드 러너>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이 두 편은 '이식된 기억'이라는 모티브도 공유한다. 내가 간직한 기억이 내가 경험한 것이 아니라 이식된 것이라면 지금의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없기에 끝끝내 등장인물들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시무룩한 표정으로 일관한다.

단지 이 두 편의 차이를 들자면 <블레이드 러너>에서 가장 주요한 장면인 레플리컨트들의 리더인 로이가 레플리컨트를 발명한 타이렐을 만나서 생명연장의 가능성을 묻고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대답을 듣자 타이렐을 죽여 버리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다루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보여주는 동시에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기독교적인 모티브도 있다.

이에 비해 <공각기동대1,2>는 그런 인간관계보다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의 고민에 더 천착한다. 이는 <블레이드 러너>가 나왔을 때에는 인터넷 문화가 존재하지 않았지만, <공각기동대>가 나온 90년대 중반이후로 인터넷의 전 세계적인 보급에 따라 개인이 직접 자기주변의 세계를 경험하기보다는 집안에서 컴퓨터를 통해 다른 문화권과 직접 연결해서 '또 다른 자기주변'을 만들어내는 상황이 돼 버린 것과 관련이 있다.

맥루한식으로는 '지구촌Global Village', 데이비드 하비식으로는 '시간과 공간의 응축Time-Space Compression', 동양의 어떤 고전식으로는 '문밖을 나서지 않아도 세상을 다 안다,(不出戶 不止知)는 경지이며, 그렇게 사는 이들을 일컫는 문화용어로 '오타쿠'문화와 '폐인'문화가 등장하는 상황이다. 즉,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정보접근이 훨씬 용이해졌지만 오히려 인간의 거리는 더 멀어지게 되고 인간관계는 오히려 더 폐쇄적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응축된 시공간/지구촌의 이미지는 <공각기동대1,2>에서 서구적인 이미지와 동양적인 이미지가 혼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공각기동대1>에 나타난 대도시의 모습은 첨단의 도시로서의 동경보다는 오히려 중국적인 것, 동남아시아적인 것, 그리고 첨단의 마천루와 내부순환고속도로가 있는 홍콩을 연상시킨다.

<공각기동대2: 이노센스>는 이런 서구적인 이미지와 범아시아적인 이미지를 더 확장시킨다. 이런 이미지의 혼재와 정체성의 혼돈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장면이 바로 바토와 토쿠사가 김씨KIM을 찾아가는 장면이다.

바토와 토쿠사가 김씨KIM을 만나기 전에 도착한 도시의 외관은 마치 파리의 노트르담 사원을 닮아있으며 그 도시 안으로 들어가서 중국식 전각과 코끼리의 행렬, 중국 경극에서나 봤음직한 화장한 이들의 행렬을 보게 된다.

연희회에 침투했을 때 확성기에서 내부자 침입을 알리는 말은 중국어로 처리된다.

여기서 특이한 점 중 하나는 이런 범아시아적인 이미지에 이제 한국적인 것도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도입부에 나오는 한글 이미지라던가, 바토가 고스트의 원래 주인인 것으로 짐작되는 소녀의 사진을 찾아내는 곳이 바로 한글서적이라는 점이다.

오히려 이런 범아시아적인 이미지에서 일본적인 것을 찾아보기가 어려운데, 김씨KIM(그래 주요인물중 한 사람은 바로 김씨다)의 집에서 차를 나르는 인형이 일본식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이 거의 유일한 일본적인 이미지이다.

이렇게 <공각기동대>에서 일본적인 이미지가 별로 등장하지 않는 것은 당대 일본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원령공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일본적인 이미지를 더 많이 보여주려 한다는 점과 대비된다. 한 사람은 갈수록 일본적인 것을 지우려고 하고, 다른 한 사람은 갈수록 일본적인 것을 더 보여주려고 한다. 오시이 마모루와 미야자키 하야오가 대비되는 점을 또 하나 들자면 각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인물의 연령층이다.

모토코나 바토, 토쿠사 등은 성인이지만, 미야자키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소년, 소녀라는 점이다.

주요 등장인물이 소년, 소녀라는 점은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의 주요 관객이아동, 청소년임을 알게 해주며, 이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이 일본사회에서 중산층의 가족 오락임을 보여준다.

즉, 일본에서 미야자키 하야오가 차지하는 위치는 미국에서 월트 디즈니가 차지하는 위치와 같다. 이에 비해 <공각기동대>에서는 성인 남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성인들이 품었을 직한 고민들을 하고 있다. 모토코와 바토의 시무룩한 표정과 냉소적인 태도는 성인들이 세상에서 겪었을 좌절감과 무기력감을 담아낸다.

복잡한 난제를 해결해야 하고 그 이면에 있음직한 어떤 강력하고 거대한 실체와 맞닥뜨릴 지도 모른다는 바토와 모토코의 불안감은 바로 피곤하고 주위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성인들의 세계와 그리 다르지 않다. 즉, 이것은 중산층 가족의 아동 오락용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성인들이 즐기는 성인 애니메이션이다. 공자, 밀턴, 데카르트를 인용하고, 곳곳에 등장하는 한시가 각각의 상황에 맞기는 하지만 미성년들이 이해하기에는 난해하지 않은가.

<공각기동대2: 이노센스>는 치밀한 기획과 세밀한 디테일 묘사 등으로 애니메이션 제작방식에서 획기적인 작품임에 틀림없다. 애니메이션의 역사에만 국한되지 않고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동시에 고려해서 보면 영화의 필름 느와르의 정서를 애니메이션으로 확장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즉, 훗날 필름 느와르에 대한 또 다른 영화학 교과서가 나온다면 <공각기동대>는 꼭 다루어야할 작품 중의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노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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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기석 2004.10.05 10:4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기자가 글 잘썼네.
    나름대로 정리가 되는 것 같다.
    이거 당나귀에 있어서 다운받긴 했는데,
    극장에서 볼꺼니 꾹 참고 있어야지.

  • 길버트 2004.10.05 11:0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함 들어봐 그게.. 긴.. 뮤비일 수도 있거든..
    이노센스 정경...

  • 미도 2004.10.05 11:2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신청곡 : River of Crystals

    DJ 옵빠~ 부~~탁해용~~~

  • 미도 2004.10.05 11:3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인터넷을 통한 네트워크라는 말에 Lain이라는 애니메이션이 떠오른다. ^^

    이것도 강추~ 애니~!
    우울함의 극치~ 가끔 즐길만 한거 같다 ^^

  • 길버트 2004.10.05 11:3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River of Crystals는 7월에 틀었던 곡인데..
    어디 짱박혀 있는지 찾아봐야겠구나..

  • 미도 2004.10.05 16:2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옷~ 나온다! 감사 ^^